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말로, 혹은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방식으로. 하지만 언어는 늘 너무 명확해서, 감정의 전체를 담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감정은 종종 정의되기 전에 반응하고, 해석되기 전에 이미 스쳐 지나가버린다.
내 관심은 감정을 설명하거나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감정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기 전에, 스스로 반응하고 감각될 수 있는 상태. 언어나 해석 없이도 감정이 머무를 수 있는 형식이 있다면, 나는 그 형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모스부호, 렌티큘러, 빛의 신호, 음성의 파형처럼 쉽게 읽히지 않는 매체들을 사용한다. 이들은 언어처럼 즉각적으로 이해되기보다, 관람자의 감각을 따라 서서히 다가간다. 감정은 정해진 의미보다, 그렇게 다가가는 과정 속에서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이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 자신의 감각 속에서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감정을 하나의 언어로 가두지 않고, 그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든 머물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 지금 나는, 그 조건을 조형하는 과정 속에 있다.